어느 날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천장 조명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처음엔 그냥 전구가 다 됐나 싶어서 동네 마트에서 적당한 LED 전구로 갈아 끼워 봤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게 전구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파트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올 게 왔구나 싶기도 하고, 괜히 건드렸다가 더 큰 고장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분전반의 낡은 차단기들
현관 옆에 있는 분전반을 열어봤다. 덮개를 열자마자 퀘퀘한 먼지 냄새와 함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누런 차단기들이 보였다. 요즘 나오는 깔끔하고 하얀 차단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생겼다. 사실 작년에 주방 인덕션 설치할 때 전기 기사님이 오셔서 전용선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비용이 꽤 들길래 그냥 참고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다 같이 손을 봤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분전반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뭘 안다고 이걸 계속 보고 있나 싶어서 닫아버리고 말았다.
사람 부르는 게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지
결국 전기 수리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다. 전등 스위치 쪽 문제인지, 아니면 메인 차단기 자체의 문제인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다. 다들 현장을 봐야 알겠다고 하는데, 출장비만 해도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부르는 곳이 많았다. 어떤 곳은 분전반 교체까지 하면 30만 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냥 뻔한 상황인데도 가격을 듣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정작 집에 와서 별거 아니라고 하면 돈만 버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결국 며칠을 더 그냥 버텼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깜빡거림이 방 안쪽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정전 뉴스에 괜히 더 불안해진 마음
요즘 뉴스를 보면 폭염에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정전됐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우리 아파트도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서 변압기 문제나 계량기 교체 이슈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밤마다 ‘혹시 우리 집에서 불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에 전열기구 코드를 다 뽑아두고 잠드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전기 계량기 검침원이 오면 별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계량기만 봐도 괜히 불안하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도 세대 내 문제는 직접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오니 더 막막했다.
결국은 기술자를 부르기로 했다
혼자서 콘센트 교체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배전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인터넷에서 평이 적당한 곳을 하나 골라 약속을 잡았다. 아저씨가 오셔서 차단기 전압을 재보더니, 역시나 접촉 불량이라고 했다. 단순히 나사만 조이면 되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차단기 자체가 노후해서 전체적으로 교체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들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작업을 지켜보는데, 왜 진작 안 불렀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굳이 지금 다 갈았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수리 후에 깜빡거림은 확실히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 전체 배선은 그대로라서 근본적인 불안함은 좀 남은 것 같다. 다음에 또 어디가 고장 나면 그때는 또 누구를 불러야 하나 고민이 벌써부터 된다.

분전반 상태 보니까, 오래된 집 배선 문제는 결국 전 부분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걸 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