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에 갑자기 거실 불이 꺼졌다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집 안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처음에는 동네 정전인가 싶어서 창밖을 내다봤는데 옆집 불은 환하게 켜져 있더라.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누전인가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옛날 아파트라 현관 옆에 있는 낡은 두꺼비집을 열었는데, 메인 차단기가 툭 떨어져 있었다. 다시 올리려고 손가락으로 밀어봤는데, 이게 웬걸 억지로 올리면 다시 툭 하고 바로 내려가 버렸다. 마치 누가 뒤에서 꽉 잡고 못 올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손끝에 느껴지는 그 뻣뻣한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마트폰 조명에 의지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나씩 스위치를 조작했다.
콘센트를 다 뽑아봐도 왜 안 되는 걸까
검색해보니 누전이 의심되면 연결된 기기를 다 빼보라고 해서 거실 냉장고 코드부터 에어컨, 심지어는 멀티탭에 꽂힌 충전기까지 죄다 뽑았다. 하나씩 코드를 뽑으면서 차단기를 올리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땀은 삐질삐질 나고 마음은 급한데 차단기는 야속하게도 요지부동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방 쪽 콘센트도 확인해봤는데, 작년에 3만 원 정도 주고 사서 달아둔 콘센트 박스 주변이 유난히 먼지가 많아 보였다. 설마 이게 문제인가 싶어 물티슈로 닦아내고 별짓을 다 해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그냥 전구만 하나 갈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그리웠다.
낡은 차단기가 문제였나 싶어 들여다본 속사정
분전함을 자세히 보니 XBM-DN32H 같은 모델명이 적힌 낡은 부품들이 보였다. 이런 게 수명을 다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 어디선가 물이 샜나 싶어서 베란다 쪽도 확인하러 다녔다. 밤중에 랜턴 하나 들고 좁은 베란다 구석을 뒤지는 꼴이 참 궁상맞았다. 사실 예전에 관리사무소에서 한번 봐주러 왔을 때는 5분도 안 걸려서 해결하고 갔는데, 내가 직접 하려니 답이 없었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집 전체가 마비된다는 게 참 허망했다.
결국 불은 들어왔는데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특정 방의 멀티탭을 뺐을 때 차단기가 겨우 올라갔다. 범인은 그 방에 있던 싸구려 멀티탭이었다. 속이 타버린 건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그게 집 전체 전력을 다 갉아먹고 있었나 보다. 범인을 찾았다는 안도감보다는 ‘겨우 이거였나’ 하는 허탈함이 더 컸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TV 소리가 들리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혹시 다른 곳에 누전이 더 있는 건 아닐까, 내일 당장이라도 업체 불러서 전체 점검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한 뒷맛
돈을 좀 들여서 방수 분전함으로 싹 다 바꾸고 서지 보호기 같은 것도 달아두면 마음이 편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날이 밝으면 또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느라 이런 건 금세 잊어버리겠지. 사실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당장 어두운 게 싫어서 임시방편으로 고친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진짜 사람을 불러야 할까, 아니면 또 무식하게 코드를 다 뽑으면서 밤을 새울까. 이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조만간 전기 기사님 번호를 어디서 구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밤은 왠지 무서워서 거실 불을 켜둔 채로 잠들 것만 같다.

냉장고 코드부터 뽑는 게 의외로 효과가 있더라구요. 제가 어두운 곳에서 고장난 기기들 만지작거릴 때,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 도움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꺼비집에서 차단기 떨어뜨린 게 그렇게 신경 쓰이랜가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되면 진짜 당황스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