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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등 하나 바꾸려다 오후를 다 날렸다

거실등 깜빡임이 시작된 오후

며칠 전부터 거실 메인등이 미세하게 깜빡거렸다. 처음엔 그냥 전압이 불안정한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게 은근히 사람 신경을 긁더라.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할 때 눈이 침침해지는 기분도 들고. 결국 퇴근길에 동네 철물점에서 적당히 밝아 보이는 LED 모듈 세트를 하나 사 왔다. 가격은 3만 5천 원 정도였나. 인터넷에서 조명 쇼핑몰들을 검색해보니 훨씬 싼 것도 많았지만, 당장 오늘 밤을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집어 들었다. 이게 나중에 보니 약간 성급한 결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낡은 브라켓과 사투를 벌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기존 등기구 커버를 벗기는데,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졌다. 10년 넘게 한 번도 안 열어본 곳이니 당연하겠지. 문제는 내부 브라켓이었다. 천장에 박힌 나사가 하도 꽉 조여져 있는지 드라이버로 아무리 돌려도 꿈쩍도 안 했다. 손목은 이미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방울이 눈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정말 짜증이 솟구치더라. 결국 옆집 아저씨한테 전동드릴을 잠시 빌려와서야 겨우 분해할 수 있었다. 빌릴 때 민망해서 괜히 헛소리를 좀 늘어놨는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사를 풀고 나니 천장 벽지가 군데군데 뜯겨 있어서 마음이 좀 아팠다.

규격이 맞지 않는 난감한 상황

새로 사 온 LED 모듈을 설치하려고 자를 대보니, 기존 등기구의 규격과 미묘하게 맞지 않았다. 분명 사이즈 확인하고 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천장에 붙이려니 구멍 위치가 2센티미터쯤 어긋나 있었다. 그냥 구멍을 새로 뚫을까 하다가, 괜히 천장 석고보드만 갉아먹을 것 같아서 일단 테이프를 붙여서 임시 고정을 했다. 이게 나중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하긴 한데, 지금 당장 더 해결할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화장실 전등 교체할 때는 5분도 안 걸렸던 것 같은데, 거실등은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배선 작업에서 느낀 묘한 두려움

전선 연결은 사실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검은 선은 검은 선끼리, 흰 선은 흰 선끼리 꽂으면 끝 아닌가. 그런데 막상 차단기를 내리고 작업하면서도 손이 덜덜 떨렸다. 예전에 어디서 감전 사고 이야기를 들은 기억 때문인지, 전선 피복을 벗길 때마다 괜히 긴장이 됐다. 연결 단자에 선을 꽂고 테스트용으로 불을 켰을 때, 다행히 한 번에 불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미세하게 윙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아니면 설치가 잘못된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결국 끝맺지 못한 찝찝함

결국 커버를 씌우고 주변 정리를 마쳤다. 거실이 이전보다 훨씬 환해진 건 맞는데,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하다. 나사를 제대로 안 조인 곳은 없는지,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 나지는 않을지, 며칠간은 밤에 잠들 때마다 거실 천장을 쳐다보게 될 것 같다. 다음번에는 그냥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처음부터 거실등 전체를 교체하는 기구로 샀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일단은 이렇게 어설픈 상태로 지내보기로 했다. 며칠 지나면 또 무뎌지겠지 뭐.

“거실등 하나 바꾸려다 오후를 다 날렸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LED 모듈 규격 때문에 천장 석고보드만 갉아먹는 모습이 딱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왠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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