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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전등 하나 바꾸려다 두 시간 넘게 씨름했던 날

어제는 퇴근길에 덜컥 겁이 났다. 안방에 달린 원형 LED등 하나가 깜빡거리는 게 일주일째 거슬렸는데, 마침내 운명하신 거다. 솔직히 전등 교체 정도야 유튜브 보면 금방 하겠지 싶었다. 예전에 미용실 조명 바꾸는 거 옆에서 본 적도 있고, 뭐 별거 있겠나 싶어서 근처 철물점에서 적당히 밝아 보이는 걸로 하나 사 왔다. 가격은 3만 8천 원이었나, 요즘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조명값도 예전 같지 않게 느껴졌다.

천장에서 쏟아지던 먼지의 습격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기존 등 커버를 벗기는데, 웬걸. 지난 몇 년간 쌓인 먼지가 눈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안경을 쓰고 있어서 망정이지, 그대로 눈에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천장에 붙어있던 브라켓을 나사로 풀어내는데, 나사가 헛도는 건지 안 빠져서 한참을 낑낑댔다. 전동 드릴을 가져올까 하다가 그냥 힘으로 해결해보겠다고 버텼는데, 손목만 뻐근해졌다. 이럴 때마다 왜 사서 고생인가 싶으면서도, 사람 부르면 출장비에 공임비까지 합쳐서 족히 10만 원은 깨질 거라는 생각에 참고 계속했다.

전선 세 가닥의 정체와 밀려오는 불안감

천장에서 나온 전선이 세 가닥이었다. 초록색이랑 노란색이 섞인 선이 있는데, 이게 접지선이라는 건 대충 알겠는데 나머지 두 선은 그냥 꽂으면 되는 건지 헷갈렸다. 문득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굳이 접지 안 해도 된다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해야 안전하다는 사람도 있어서 여기서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혹시나 쇼트나면 어떡하지, 차단기 내려가는 거 아니야? 싶어서 괜히 식은땀이 났다. 결국 무서워서 차단기 전체를 내려놓고 작업했는데, 어두컴컴한 방에서 핸드폰 후레시 하나 켜놓고 덜덜 떨면서 전선을 연결했다.

비디오폰과 센서등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등을 겨우겨우 달고 차단기를 올리니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일단 성공이다. 그런데 불이 들어오고 나니 천장 벽지의 누런 자국이랑, 안방 옆에 달려있는 낡은 비디오폰이 너무 튀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것도 나중에 교체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현관 센서등도 가끔 반응이 느린 것 같은데, 나중에 이것까지 한꺼번에 하려면 몸살 나겠다 싶다. 사실 24시 전기 업체 부르는 게 정신건강에는 제일 좋을지도 모른다.

손목에 남은 뻐근함과 남겨진 의문

작업을 마치고 거실로 나와 물 한 잔 마시는데, 손목이 욱신거렸다. 내가 한 게 맞게 연결된 건지, 나중에 혹시나 천장에서 불이라도 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아마 며칠 동안은 불 켤 때마다 괜히 천장을 쳐다보게 될 것 같다. 다음번에는 그냥 돈 좀 더 주더라도 전문가를 부를까 싶다가도, 막상 또 닥치면 직접 할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이 든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어쨌든 오늘 밤은 일단 방이 밝아서 좋다.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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