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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등 하나 바꾸려다 온 집안 차단기가 내려갔다

어쩌다 시작된 욕실 조명 교체

며칠 전부터 욕실 조명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전구 수명이 다 된 거겠거니 싶어서 다이소에서 적당한 LED 전구 하나 사다가 끼워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욕실 천장 커버를 열어보니 상황이 조금 달랐다. 단순히 전구만 바꾸는 구조가 아니었다. 십 년 넘게 쓴 습기 찬 욕실 등기구는 이미 안쪽 나사가 다 녹슬어 있었고, 전선 피복도 살짝 갈라져 있었다. 이때 그냥 덮고 전기 기사를 불렀어야 했다. 그게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싶어서 집에 있던 전동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낡은 나사와 엉망이 된 천장 상태

녹슨 나사 하나 푸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드라이버가 헛돌 때마다 쇠 긁히는 소리가 욕실에 울리는데,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결국 나사 머리가 뭉개져서 펜치로 잡고 겨우 돌려 뺐다. 천장 텍스 위로 삐져나온 전선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예전에 인테리어 할 때 누군가 대충 연결해 놓은 듯, 절연 테이프는 끈적하게 녹아내려 있었다. 이걸 보면서 ‘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대략 3만원 정도면 인터넷에서 괜찮은 욕실 LED 등기구를 살 수 있다길래 주문해 둔 상태였는데, 막상 등기구 값보다 설치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동력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마주한 두꺼비집

전선을 연결하다가 순간 ‘퍽’ 소리와 함께 거실 전체가 나갔다. 욕실등 교체하다가 집 전체 전기가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황해서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현관 옆 두꺼비집을 열었다.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다. 다시 올렸는데 또 내려가길래, 이게 누전인지 아니면 내가 잘못 연결한 건지 분간이 안 됐다. 그 밤중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욕실로 기어 올라가 전선을 하나씩 분리했다. 알고 보니 전선 피복이 까진 부분이 천장 철제 프레임에 살짝 닿아 있었던 거였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사무실 조명과 비교해보는 가정용의 현실

예전에 사무실 조명 공사할 때는 전문가들이 와서 레일 조명도 설치하고 콘센트 증설도 순식간에 끝내던데, 왜 내 집 조명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생각해보니 사무실은 층고도 높고 전선 작업이 노출형이라 비교적 수월했던 것 같다. 우리 집 욕실은 천장이 낮아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작업해야 했다. 옆집 형은 콘센트 매립이나 증설은 무조건 사람 불러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때는 그냥 겁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직접 겪어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절실히 이해가 갔다. 땀에 젖어 눅눅한 욕실에서 등기구 하나 붙들고 낑낑대는 꼴이 우스웠다.

아직도 찜찜한 마무리

겨우 불은 들어오게 만들었다. 헌데 등기구 커버를 닫고 보니 뭔가 미세하게 삐딱하다. 천장 타공 구멍이 기존 것보다 커서 보강재를 덧대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대충 마감했더니 틈새로 습기가 들어갈 것만 같다. 나중에 실리콘이라도 쏴야 하나 싶긴 한데, 또 그 짓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친다. 밝기는 확실히 이전보다 밝아져서 욕실이 환해진 건 좋은데, 왜 마음 한구석은 이렇게 찜찜한지 모르겠다. 차단기가 다시 내려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진짜 그냥 사람을 부를까 싶다가도, 또 막상 상황 닥치면 직접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이 묘한 불편함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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