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 설치가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었나
이사 오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게 인덕션이었다. 기존에 쓰던 가스레인지는 청소도 힘들고 왠지 모르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꼭 깔끔한 인덕션으로 바꾸고 싶었다. 예쁜 디자인만 보고 덜컥 사버린 게 화근이었다. 배송 기사님이 오셔서 설치해주시려다가 갑자기 분전반을 열어보시더니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우리 집 전기 용량이 3kW인데 지금 인덕션은 최대 출력이 7kW가 넘어서 그냥 연결하면 차단기가 바로 내려갈 거라는 말씀이었다. 인덕션 하나 바꾸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처음엔 그냥 조금씩만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차단기가 내려가는 불편한 일상
결국 그냥 설치를 강행했다. 처음 며칠은 괜찮았다. 그런데 찌개 하나 끓이면서 에어컨이라도 켜는 날에는 어김없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 전체 전기가 나갔다. 어두컴컴한 현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차단기를 올리는 일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반복됐다. 밥 먹다가 전기가 나가니까 정말 짜증이 났다. 남편은 그냥 가스레인지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지만, 이미 빌트인으로 뚫어놓은 상판이 아까워서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전기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기설비업체 부르는 게 또 일이었다
주변에 물어물어 전기 설비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어떤 곳은 너무 바쁘다며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다고 하고, 어떤 곳은 아예 견적을 부르는 게 천차만별이었다. 대충 7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를 부르는데 이게 정가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밤마다 차단기 내려가는 스트레스보다는 낫겠다 싶어 적당해 보이는 곳을 골라 예약을 잡았다. 사장님은 오시자마자 계량기부터 보시더니 선이 얇아서 이것도 다 갈아야 한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추가 지출에 한숨이 나왔다.
한전 불입금과 서류 작업의 늪
업체 사장님 말로는 ‘한전 불입금’이라는 걸 내야 한다고 했다. 이게 정확히 뭔지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전기 용량을 3kW에서 5kW로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하는데, 전기공사협회 등록된 업체가 신청을 대신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한전 사이트 들어가서 뭐 서류 올리고 하는 게 너무 복잡해 보여서 그냥 업체에 맡겼는데, 그 과정에서 대행 수수료가 또 붙었다. 내가 직접 하면 더 싼 것 같긴 한데, 서류 준비하다가 하루 다 보낼 것 같아서 그냥 돈으로 해결했다. 총비용이 거의 120만 원 가까이 들어갔는데, 인덕션 가격보다 설치비가 더 많이 나온 셈이다.
공사는 순식간에 끝났지만 찝찝함은 남는다
공사 당일에는 한두 시간 정도 전기가 끊겼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분전반 내부를 다 뜯어고치고 선을 굵은 걸로 교체했다. 거창하게 공사라고 해서 엄청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히 끝났다. 이제 인덕션을 최고 화력으로 올려도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는다. 속은 시원한데, 막상 이 비용을 다 지불하고 나니 이게 잘한 짓인가 싶다. 그냥 가스레인지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물론 요리할 때 그을음 걱정 없고 편한 건 맞는데, 다음에 이사 갈 때 또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하다.

한전 불입금 때문에 업체에 맡기는 게 제일 손해 보는 것 같아요. 직접 신청하면 좀 더 저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
전기 용량 문제 때문에 업체마다 하는 대로 다 따라했네. 나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