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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작한 스위치 교체가 냉장고 차단기를 내릴 줄은 몰랐지

어설픈 의욕이 부른 주말의 참사

지난주 토요일 오후였다. 날씨도 적당히 흐리고 딱히 나갈 일도 없어서 벼르고 있던 안방 전등 스위치나 교체해보자 싶었다. 쿠팡에서 예쁘장한 화이트 톤의 스위치를 미리 사뒀는데, 이게 벌써 한 달째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몇 개 찾아보니 그냥 나사 풀고 선만 잘 맞춰 끼우면 되는 것 같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 집이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게 화근이었다. 관리실에 전화해서 전체 차단기를 내리는 게 번거로워서, 그냥 두꺼비집에서 해당 라인 차단기만 내리면 되겠지 싶어 슥슥 레버를 확인했다. 어림짐작으로 표시된 스위치 쪽 차단기를 내리고 십자드라이버를 들었다.

낡은 벽지 뒤에 숨겨진 엉망인 배선들

스위치 커버를 뜯어내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먼지와 누렇게 변색된 벽지 조각들이 나를 반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던 깔끔한 구리선이 아니었다. 피복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고, 무슨 테이프를 그렇게 칭칭 감아놨는지 풀어내는 데만 십 분이 넘게 걸렸다. 구축 아파트는 전선 색깔이 요즘 규격이랑 달라서 헷갈릴 수 있다는 글을 읽긴 했지만, 막상 닥치니 정말 막막했다. 선 세 개가 튀어나와 있는데 도무지 뭐가 메인 선이고 뭐가 등기구로 가는 선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전선 두 가닥이 서로 살짝 닿았나 보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쪽까지 불이 완전히 나갔다.

냉장고까지 꺼지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단순히 스위치 라인만 나간 게 아니었다. 냉장고가 들어있는 주방 쪽 라인까지 같이 내려가 버린 거다. 냉장고 안에는 며칠 전 대량으로 사다 놓은 밑반찬이랑 고기가 가득했는데, 냉장고가 멈추니 덜컥 겁이 났다. 급하게 두꺼비집으로 달려가 보니 아까 내렸던 스위치 차단기 외에 주전원 차단기까지 내려가 있었다. 다시 올렸는데, 이번엔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왠지 모를 찝찝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사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에는 모든 게 심각하게 느껴졌다. 결국 스위치 교체는 고사하고, 일단 다시 불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진땀을 뺐다. 배선 상태가 너무 노후해서 건드리기만 해도 전체가 합선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차단기 교체 비용보다는 전문가의 시간이 낫더라

결국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아파트 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말인데도 관리실 아저씨가 오셔서 봐주시는데, 보시자마자 한숨부터 내쉬더라. 이 정도 연식의 집이면 콘센트나 스위치 내부 배선이 이미 삭아서 그냥 두는 게 상책이라고 하셨다. 차단기 교체 비용이나 출장비가 5~8만 원 정도 나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냥 맘 편히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설프게 유튜브만 보고 따라 하려던 게 얼마나 무모했는지 깨닫는 데는 딱 하루면 충분했다. 사실 조명 교체 정도는 직접 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나는 적어도 이 집에서는 더 이상 전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찝찝하게 남은 흔적들

아저씨가 봐주시고 나서 불은 다 들어왔지만, 여전히 거실 한쪽 콘센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플러그를 꽂을 때마다 뻑뻑하기도 하고, 가끔은 전선이 너무 짧아서 무리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나중에 전면적인 전기 공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용이 꽤 들 것 같아서 당장은 엄두도 못 내겠지만, 여름철이라 에어컨이나 냉방기 사용량이 많아지니 자꾸만 두꺼비집 쪽이 신경 쓰인다. 예전에는 그냥 벽에 붙은 스위치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왠지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 고작 스위치 하나 바꾸려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 걱정까지 하게 될 줄이야. 다음에는 무조건 그냥 사람을 부르거나, 최소한 사전에 전원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아마도 다시는 직접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주말에 시작한 스위치 교체가 냉장고 차단기를 내릴 줄은 몰랐지”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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