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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갑자기 내려간 차단기 때문에 한바탕 소동

갑작스러운 정전과 당황스러운 아침

주말 아침이었다. 평소라면 늦잠을 잤을 시간인데 거실 조명이 깜빡거리더니 ‘툭’ 소리와 함께 집안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가 상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현관 옆에 있는 세대분전반을 열어보니 누전차단기 하나가 아래로 뚝 떨어져 있었다. 다시 올려보려고 해도 계속해서 튕겨져 올라오는 상황. 이게 말로만 듣던 누전인가 싶어 식은땀이 났다. 농사용전기나 공장 설비에서나 보던 거창한 문제인 줄 알았지, 우리 집 분전반에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부스바 주변을 살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원인

결국 랜턴을 켜고 분전반 내부를 들여다봤다. 사실 내가 뭘 안다고 고쳐보겠다고 덤빈 건지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내부에는 구리색 부스바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전기슬리브로 마감된 배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육안으로 봐서는 탄 냄새도 안 나고 특별히 녹아내린 곳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콘센트들을 하나씩 다 뽑아봤다. 거실 가전부터 주방 소형 가전까지 전부 뽑았는데도 차단기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전날 새로 들여놓은 AEG 인덕션 설치 건으로 고민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 기사님이 코드 방식보다 차단기 직결 방식이 낫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정작 내 손으로 직접 내부를 만지려니 덜컥 겁부터 났다.

전기안전관리대행 업체에 연락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전문가를 불렀다. 주말이라 그런지 근처 업체들은 다들 전화를 안 받더라. 겨우 연락이 닿은 곳에서 출장비와 기본 수리비로 15만 원 정도를 부르는데, 당장 전기가 안 들어오니 따질 겨를도 없었다. 한참 뒤에 도착한 기사님은 가설분전함에서나 쓸 법한 테스터기를 들고 오셨다. 알고 보니 콘센트 추가 작업을 했던 안방 벽면 쪽에서 습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였다. 벽지 안쪽에서 살짝 누전이 발생하고 있었던 건데, 나는 정작 분전반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으니 해결될 리가 없었다.

케이블타이로 묶여 있던 너저분한 배선들

수리하는 과정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데, 기사님이 분전반 내부 배선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케이블타이로 너무 꽉 묶어놓은 배선들이 열 배출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거 나중에 큰일 날 뻔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무서워졌다. 예전에 동네 아저씨가 와서 콘센트 증설해주고 갔던 게 생각났다. 그때 참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배선 상태가 엉망이었던 거다. 기사님이 배선을 다 풀고 하나하나 다시 조여주는데, 그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렸다. 작업이 끝나고 차단기를 올리니 드디어 불이 들어왔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전히 남는 찜찜함과 정돈되지 않은 기분

전기는 결국 들어왔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벽지 안쪽 배선은 완벽하게 수리한 게 아니라 임시로 처방해둔 느낌이라, 나중에 장마철이나 습할 때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남았다. 기사님은 나중에 배선을 아예 새로 깔거나 방수 처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당장은 미뤄두기로 했다. 그냥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을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애초에 전기 공사를 할 때 제대로 된 업체를 불렀어야 했다는 후회만 남았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분전반부터 쳐다보게 될 것 같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 불안함을 안고 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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