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기아 EV6를 사고 나서 아파트 주차장 눈치 게임이 너무 지겨워 ‘집밥’이나 놓아볼까 생각했다. 빌라 주차장 한쪽에 조그만 공간이 있어서 7KW 완속 충전기 하나면 딱이겠다 싶었던 거다. 채비충전기나 LG볼트업 같은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대충 훑어보면서 대충 설치비가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면 끝나겠지, 라는 안일한 계산을 했다. 그런데 이게 시작부터 꼬였다.
배전반 용량 확인하다가 뒷목 잡은 순간
전기공사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보니 다들 공통적으로 우리 집 배전반 상태부터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은 정말 가관이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빌라라 그런지 배선용 차단기가 여기저기 엉켜 있고, 도저히 7KW 부하를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업체 사장님은 한숨을 쉬면서 이 상태로는 화재 위험이 있어서 충전기 설치는커녕 분전반부터 싹 다 갈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충전기 값보다 배전반 공사 비용이 더 나올 판이었다. 예상보다 견적이 2배 이상 뛰니 갑자기 이게 맞는 짓인가 싶어졌다.
전기공사 업체 선정과 현장 확인의 늪
공사업체를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그냥 아무나 불러서 하면 안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전기공사 면허가 있는지, 수전설비 경험이 많은지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몇 군데 더 알아봤는데, 어떤 곳은 아예 방문 견적 비용을 따로 받겠다고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매번 밖에서 충전하고 들어오는 생활이 점점 지겨워졌다. 결국 적당히 평판이 괜찮은 곳을 골라 계약했는데, 공사 당일에 작업자들이 와서 하는 말이 배전반 위치가 충전기 설치 자리랑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선을 길게 뽑아야 해서 자재비가 추가로 든다고 하는데, 이미 돈이 들어갈 대로 들어간 상황이라 그냥 하라고 했다.
생각보다 더 귀찮았던 설치 과정
설치 당일에는 온종일 집에 붙어 있어야 했다. 오전에 오겠다던 기사님은 자재 수급 문제로 오후 2시쯤 도착했고, 벽을 뚫고 선을 정리하는 소음 때문에 이웃집 눈치가 계속 보였다. 시그넷이브이 제품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기계 자체가 크고 투박했다. 주차 공간을 잡아먹는 게 눈에 바로 보이니까 ‘이게 진짜 잘한 건가’ 싶은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전기차 타는 게 편하려고 집밥을 놓는 건데, 오히려 과정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였다. 공사가 다 끝나고 테스트를 하는데, 잘 충전되는 걸 확인하고도 그다지 기쁘지가 않았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
막상 설치해서 쓰고는 있지만, 전기 요금 고지서가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것 같다. 한전에서 계약 전력 증설하는 서류 작업도 직접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머리가 좀 아팠다. 물론 밖에서 충전하느라 시간 뺏기는 일은 줄었지만,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기도 하다. 나중에 이사라도 가게 되면 이 설비들은 다 어쩌나 싶고, 차라리 그냥 공공 충전소를 더 잘 활용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신경은 신경대로 쓴 기분이라 마냥 홀가분하지가 않다.

배전반 상태가 그렇게 심각했는지 몰랐네요. 이제부터 전기차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더 커질 것 같아요.
배전반 위치 때문에 추가 비용이 더 들더라고 하셨다니,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요. 특히 전기차 충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되니까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겠어요.
배전반 위치 때문에 추가 비용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충전기 설치할 때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