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천장에 달린 LED등이 갑자기 미세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싶어서 그냥 뒀는데, 30분쯤 지나니까 아예 주방 쪽 등까지 덩달아 이상해지는 거다. 검색을 좀 해보니 LED등은 수명이 길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막상 기판을 들여다보니 안정기 문제일 확률이 높다는 글들이 많았다. 전문 업체를 부르면 출장비에 공임비까지 합쳐서 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는 그냥 깨진다고 하길래, ‘이걸 굳이 사람까지 불러야 하나’ 싶은 오기가 생겼다.
일단 뜯어보기는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사다리를 가져와서 끙끙대며 등 커버를 열었다. 떼어내고 보니 안에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이 보였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LED 모듈이랑 안정기가 붙어있는 형태였는데, 이게 예전에 쓰던 형광등 안정기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신기했다. 문제는 도대체 어떤 게 문제인지 육안으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떼어내서 새로 사서 끼우면 될 줄 알았는데, 안정기 뒷면의 숫자가 복잡해서 뭘 사야 할지 한참을 쳐다봤다. 규격이 안 맞으면 아예 불이 안 들어온다는데, 괜히 잘못 샀다가 돈만 버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땀이 삐질 났다.
리모컨 신호 간섭인지 안정기 불량인지의 딜레마
한참 씨름하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LG전자 TV 리모컨 같은 게 가끔 LED 조명기구랑 전파 간섭을 일으켜서 깜빡거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리모컨 버튼을 눌러보는데, 휴대폰 카메라로 보니까 신호는 제대로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역시 기기 자체가 문제라는 건데, 이 기판들이 내구성이 약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싼 제품을 썼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오산시 가로등 교체 사업처럼 시 차원에서 큰 규모로 바꾸는 건 금방이라도 잘 될 것 같은데, 왜 내 집 거실 등 하나 고치는 건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철물점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시간대가 애매하다
지금 당장 동네 철물점에 달려가서 똑같은 걸 사 오고 싶어도 벌써 밤 9시가 넘었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거실 등이 어두우니까 집안 분위기가 꼭 무슨 폐가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LED 모듈 세트를 통째로 새로 살까 하다가도, 지금 달려있는 기판이랑 사이즈가 안 맞으면 나사 구멍을 새로 뚫어야 할 텐데 그게 더 일일 것 같았다. 전동 드릴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드라이버로 나사 몇 개 풀었을 뿐인데 벌써 손목이 욱신거린다.
무작정 교체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결국 오늘은 일단 커버만 다시 닫아두기로 했다. 안정기 하나 가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닐 텐데, 전기를 직접 만지는 게 사실 좀 무섭기도 하다. 차단기를 내리고 작업하긴 했지만, 혹시나 배선 하나 잘못 건드려서 전체 조명이 다 나가버리면 주말 내내 수리 업체 찾아다니느라 고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냥 깔끔하게 사람을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이 돈을 쓰자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내일 퇴근길에 철물점에 들러서 안정기랑 비슷한 걸 파는지나 한번 물어봐야겠다. 규격이 다르면 그냥 조명 전체를 새로 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명 전체를 다 바꾸려면 십만 원은 훌쩍 넘을 텐데, 그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 건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불만 들어오면 다 똑같은 거 아닐까 싶은데, 왜 이렇게 매번 전기 문제는 내 예상보다 복잡하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LED 모듈 자체가 오래된 것 같아서, 혹시 다른 제품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