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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조명 하나 바꾸려다 배선까지 건드린 날

어쩌다 시작된 베란다 조명 교체

거창한 공사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베란다 등 하나가 깜빡거려서, 흔히 말하는 ‘안산전기’ 업체들을 이것저것 알아보기 전에 스스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화근이었다. 다이소에서 적당히 저렴한 LED 전구를 사 와서 갈아 끼우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예전 집주인이 어떻게 작업을 해놨는지, 전선이 엉망진창으로 꼬여있고 절연 테이프는 거의 삭아서 가루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그냥 전구만 갈아 끼우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걸 직감한 순간, 이미 손은 전선 끝을 잡고 있었다.

낡은 전선과 마주한 당혹감

배선 상태를 보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이게 단순히 등만 문제가 아니라 전기 배선 공사 자체가 필요한 상황인 건가 싶어서 말이다. 사실 전기용량증설 같은 큰 공사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명을 교체하는 건 미친 짓 같았다. 전선 피복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는데, 이걸 그냥 두고 등만 달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건드렸나 싶다가도, 이미 분해된 등을 다시 덮어두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차단기를 내려놓은 상태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아마 벌써 몇 번은 깜짝 놀랐을 것 같다.

3상 전기는커녕 일반 배선도 골치 아프다

인터넷에서 본 3상 전기나 수변전설비 같은 전문적인 용어들은 딴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좁은 베란다 천장에서 엉킨 선을 풀고 있자니, 갑자기 거창한 설비 공사 영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기술자들이 가상 환경에서 배선을 설계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 현실에서 엉킨 전선 세 가닥 가지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누전차단기가 자꾸 내려가는 이유가 이런 낡은 배선 때문일까, 하는 의구심만 계속 커졌다. 전문가를 부르면 금방 끝날 일을 왜 이렇게 붙들고 있나 싶다가도, 사람 부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에 또 멈칫하게 되는 거다. 대략 십만 원 전후로 부른다는 후기를 봤는데, 지금 당장 생돈이 나가는 게 아까운 마음이 컸다.

예상보다 길어진 시간과 피로감

결국 작업은 오후 2시에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단순히 등 하나 바꾸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선을 하나하나 다시 까고, 새로 연결하고, 절연 처리를 다시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특히 AC 코드 연결 부위가 너무 짧아서 손가락을 좁은 틈에 집어넣느라 한참을 씨름했다. 손가락 끝이 욱신거리고 목이 아파올 때쯤, 겨우 등을 달고 불을 켰다. 다행히 불은 들어왔지만, 이게 제대로 된 안전한 수리인지, 아니면 임시방편으로 또 폭탄을 만들어 놓은 건지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완벽하지 않은 마무리와 찝찝함

불은 환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하다. 예전에 에어컨 실외기 화재 뉴스를 봤을 때, 배선 절연 성능이 떨어져서 단락이 발생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났다. 지금 내 베란다 천장 속 배선도 언젠가 저렇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며칠 지켜보다가 영 불안하면 진짜 사람을 부르긴 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불이 켜지니까 넘어가지만, 이게 정말 해결된 건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음에는 애초에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다음에도 똑같이 직접 하겠다고 덤빌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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