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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쉽다던 전기기술 배운답시고 국비지원 학원 등록했다가 지쳐버린 이야기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국비지원 신청 과정

회사 그만두고 한참 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알아본 게 전기였다. 남들은 기술 있으면 평생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쉽게 말하길래 덜컥 집 근처 직업전문학교에 등록을 알아봤다. 마침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지원을 받으면 자기부담금 한 18만 원 정도만 내고 4개월짜리 전기 기능사 실무 과정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냉큼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하는 과정부터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았다. 고용센터 담당자랑 면담을 해야 하는데 대기 시간만 한 시간 넘게 걸렸고, 왜 하필 전기를 배우려는지 구체적인 취업 계획서를 써오라고 해서 당황했다. 그냥 일자리 구하려고요, 라고 쓰기엔 뭔가 성의 없어 보여서 억지로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내며 칸을 채워 내려갔다.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생각보다 무겁고 뻣뻣했던 전기 배선 자재들과의 첫 만남

첫날 학원에 가니까 강의실 뒤쪽에 굵은 전선 뭉치들과 노란 합판, 제어함 같은 것들이 먼지 쌓인 채로 잔뜩 놓여 있었다. 책으로 보던 복잡한 회로 기호들을 실제로 구부러진 전기 배선 파이프 속에 밀어 넣는 작업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손아귀가 엄청 아팠다. 특히 배관을 구부리는 작업을 배울 때는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자꾸 파이프가 꺾이고 찌그러져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강사는 그냥 힘을 빼고 몸무게로 누르면 된다는데, 내 팔뚝이랑 손목은 시큰거리기만 했다. 전선 피복을 벗기는 와이어 스트리퍼도 익숙하지 않아서 멀쩡한 구리선까지 뚝뚝 끊어먹기 일쑤였다. 옆자리 사람은 손놀림이 빨라 벌써 제어판을 다 완성해 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만 둔한 것 같아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손가락 끝은 항상 전선에 긁혀 밴드를 달고 살았다.

이론 공부와 실기 연습 사이에서 느꼈던 괴리와 체력적 한계

오전에는 칠판을 보며 이론을 배우고 오후에는 하루 종일 서서 실습을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오후 3시쯤 되면 허리랑 다리가 너무 쑤셨다. 하루 8시간 동안 서서 천장이나 벽판을 바라보며 나사못을 박는 게 이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클 줄은 몰랐다. 주위 사람들은 나중에 전기일자리 구해서 현장 나가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내 몸은 퇴근 시간만 되면 녹초가 됐다. 필기시험은 기출문제를 무작정 외워서 겨우 턱걸이로 붙었는데, 진짜 문제는 실기였다. 제한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하면 그냥 실격인데, 시퀀스 도면을 보고 기구에 번호를 매길 때 하나만 삐끗해도 전선 전체가 꼬여버렸다. 삐 소리가 나는 테스터기로 벨 테스트를 할 때마다 엉뚱한 데서 소리가 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격증을 따도 바로 현장에 나갈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된 순간

어찌어찌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가며 실기 시험까지 통과하고 자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바로 어디든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들뜬 마음으로 구직 사이트에서 전기기사구인이나 전기구인 정보를 매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오는 공고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캄캄해졌다. 초보자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경력 2년 이상 필수’, ‘사다리 작업 가능자’, ‘자차 소유자’ 같은 조건들이 꼭 붙어 있었다. 가끔 초보자도 괜찮다는 전기기술자 보조 자리는 현장에서 잡일을 주로 해야 한다며 일당이 너무 낮았고, 그마저도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나름대로 기술자가 되겠다고 손목 아파가며 배웠는데, 현실에서 초보 기능사 자격증 한 장은 그리 대단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빌딩이나 아파트의 안전관리자채용 공고도 무경험 신입에게는 기회가 잘 오지 않는 듯했다.

사설 학원과 폴리텍 과정의 미묘한 차이와 남은 고민들

학원 동기 중에 예전에 청주폴리텍대학에서 단기 과정을 들어봤다는 형님이 한 명 있었다. 그 형님 말로는 거기는 실습 장비도 더 다양하고 큰 공기업 취업 연계 기회도 아주 가끔 생기는데, 나처럼 나이가 적당히 애매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내가 다녔던 사설 직업전문학교는 국가 지원 예산을 받아야 해서 그런지 수료일이 다가올 때쯤엔 어떻게든 취업률 숫자를 맞추려고 안달이었다. 내 전공 분야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조경채용이나 식품채용 공고까지 단톡방에 무작정 추천이라며 올리는데,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기를 배워서 정년 없이 일하겠다는 처음의 당찬 다짐은 옅어지고, 지금은 이 뻣뻣한 전선을 계속 잡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다시 옛날 일로 돌아가야 하는지 좁은 방 안에서 채용 공고만 멍하니 보며 고민하고 있다.

“남들 다 쉽다던 전기기술 배운답시고 국비지원 학원 등록했다가 지쳐버린 이야기”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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