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면서 새로 들인 대용량 해외 직구 인덕션
이번에 수원 영통구에 있는 조금 연식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주방 인테리어에 신경을 좀 썼다. 가스레인지를 걷어내고 해외 직구로 구매한 지멘스 프리존 인덕션을 설치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앞날에 어떤 번거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 원룸에 살 때는 빌트인으로 들어가 있던 저출력 하이라이트를 대충 썼는데, 그때는 물이 끓는 데 한참 걸려서 답답했을지언정 전기가 끊길 걱정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산 제품은 소비전력이 최대 7.4kW에 달하는 괴물 같은 녀석이었다. 설치 기사님이 대충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주고 가시면서 “출력을 너무 높여서 쓰지 마세요”라고 툭 던지듯 말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가전제품을 사서 쓰는데 최고 화력으로 쓰지 말라니, 그럴 거면 비싼 돈을 주고 이 제품을 살 이유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저녁 요리를 시작하자마자 뚝 끊기며 꺼져버린 차단기
이사를 마치고 며칠 뒤 본격적으로 집에서 요리를 하던 날 사건이 터졌다. 한쪽 화구에는 찌개를 끓이고 다른 쪽 화구에서는 고기를 굽느라 화력을 둘 다 강하게 올렸다. 거기에 주방 뒤편에서 밥솥이 작동하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방 전체가 깜깜해졌다. 냉장고 불도 꺼지고 거실의 텔레비전까지 틱 하고 꺼져버렸다.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워서 신발장 구석에 있는 전기함을 열어보니 누전 차단기 하나가 아래로 툭 떨어져 있었다. 대충 먼지를 털어내고 차단기를 다시 올렸지만, 인덕션을 다시 켜고 화력을 올리자마자 귀신같이 다시 차단기가 내려갔다.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고, 멀쩡한 새 가전제품을 두고 요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전기함을 열어보고 확인한 내부 전선 상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우리 집처럼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는 애초에 설계된 전기 용량 자체가 작아서 고전력 가전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주방 벽면에 있는 콘센트들은 전부 하나의 차단기 라인으로 묶여 있어서, 인덕션이랑 밥솥, 그리고 식기세척기나 전자레인지를 동시에 돌리면 허용 전류인 20암페어를 훌쩍 넘어가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 전기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차단기마다 손글씨로 ‘전등’, ‘전열1’, ‘전열2’ 같은 흐릿한 딱지가 붙어 있었는데, 주방 콘센트 전체가 ‘전열2’ 하나에 묶여 있었다. 결국 인덕션 하나가 3000W 이상을 잡아먹는 상황에서 다른 가전까지 돌리니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내려간 셈이다. 결국 인덕션 단독배선이라는 추가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이 비싼 가전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맨날 화력 조절이나 눈치 보며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보다 먼지가 날리고 소란스러웠던 단독 배선 공사 과정
결국 전기공사 업체를 수소문해서 예약을 잡았다. 출장 온 기사님은 집안 구조를 슥 훑어보더니 신발장 전기함에서부터 천장과 주방 벽면 내부의 관로를 통해 인덕션 전용 전선을 새로 끌어와야 한다고 했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간단한 줄 알았는데 실제 작업은 꽤나 난장판이었다. 기사님이 요비선이라고 부르는 끈질긴 플라스틱 선을 기존 배관 속에 밀어 넣을 때마다 찌지직하는 쇠 긁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20년 된 아파트라 그런지 배관 벽면이 좁아 전선이 잘 들어가지 않아 기사님도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낑낑댔다. 싱크대 밑 하부장을 뜯어내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는 미세한 콘크리트 먼지와 톱밥 가루가 주방 사방으로 날렸다. 대략 3시간 반 정도 좁은 주방 구석에서 소음과 먼지를 견디며 서 있어야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번거롭고 피곤한 작업이었다. 공사 비용도 약 28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인덕션 기기 값 외에 이런 부대비용이 또 지출될 줄은 몰랐기에 속이 쓰렸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 애매한 찜찜함
공사가 끝나고 나니 이제는 인덕션 화구를 최대 화력으로 세 개 다 켜도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은 없다. 주방 가전들을 동시에 돌려도 집안 전등이 흔들리거나 꺼지지 않으니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기사님 말로는 단독 배선을 해서 인덕션 라인은 안전하지만, 이 오래된 아파트 자체로 들어오는 메인 인입선의 전력량계 용량 자체가 작아서 만약에 에어컨과 건조기, 인덕션을 동시에 최대치로 돌리면 집 전체 메인 차단기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은근히 경고를 하고 갔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체 전력량이 부족해 세대별 전기승압을 하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랑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데, 그건 개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단독배선 공사까지 마쳤음에도 요리할 때 은근히 에어컨이나 다른 가전 눈치를 보게 되는 버릇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편리해지려고 큰돈을 썼는데 왜 아직도 100% 마음이 편치 않은지 모르겠다.

저출력 하이라이트 쓰던 시절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겠네요.
전기 상황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특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설계 당시의 용량 문제 때문에 진짜 골치아파 보이네요.
집 전기 시스템이 오래된 빌라에는 이런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이전 집에서 고전력 제품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