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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월동 골목에서 반쯤 꺼진 가게 간판을 붙잡고 며칠 동안 고민했던 일

멀쩡하던 가게 간판 불이 갑자기 반쯤 꺼져버린 날

지난달 말쯤이었나, 비가 유난히 많이 내리던 화요일 저녁이었다. 마감하려고 밖으로 나와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는데 간판 오른쪽 글씨 두 개가 어둡게 죽어 있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골목에서 조그만 가게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년이 좀 넘었는데, 벌써 간판이 말썽을 부릴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흔하게 쓰는 LED형광등 수명이 다했나 싶어서 내일 밝을 때 대충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갈아 끼우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다. 워낙 손재주가 없는 편이긴 해도 전등 하나 바꾸는 것쯤이야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낮에 막상 밑에서 쳐다보니까 이게 일반 가정용 형광등이랑은 구조 자체가 다르게 생긴 철제프레임 안쪽에 단단히 박혀 있는 형태였다. 겉에서 유리를 닦는 수준이 아니라 프레임을 통째로 열어야 하는 구조라는 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올리기엔 너무 애매했던 인천 골목길의 작업 여건

가게 앞이 일방통행 골목이라 평소에도 차가 한 대만 서 있어도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통에 사다리차를 부르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게다가 간판 바로 옆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 철제계단이 튀어나와 있어서 사람이 딛고 올라설 공간도 엄청나게 협소했다. 인터넷으로 인천간판 수리 업체를 몇 군데 검색해 보다가 ‘간판맨’이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사장님께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더니 사다리차 없이 수작업으로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작업 공간이 좁아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도 사흘 동안은 일정이 밀려 있어서 바로 못 오신다고 하길래 결국 사흘을 그 반쯤 꺼진 간판으로 영업을 해야 했다. 밤마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불 꺼진 글씨가 왜 그렇게 눈에 밟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우리 가게 망해가는 줄 알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만 늘어갔다.

통째로 바꾸는 것과 안정기만 교체하는 갈림길에서의 고민

사흘 뒤에 오신 사장님은 낡은 사다리와 공구통을 들고 오셔서 좁은 철제계단 틈새에 자리를 잡으셨다. 위로 올라가서 전면 프레임을 살짝 들어 올려 보시더니, 전구 문제가 아니라 간판안정기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셨다. 안정기가 수명을 다해서 전류가 제대로 안 흐르는 거라고 하시면서, 이왕 뜯은 김에 노후된 LED형광등도 몇 개 같이 가는 게 나을 거라고 덧붙이셨다. 이때 조금 고민이 됐던 게, 아예 내부 LED 모듈과 배선을 전부 뜯어내고 최신 걸로 싹 교체하면 한 50만 원 넘게 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장 난 안정기랑 나간 전구 몇 개만 부분적으로 갈아 끼우면 18만 원 정도면 된다고 하셨다. 돈을 생각하면 당연히 후자인데, 또 한편으로는 몇 달 뒤에 다른 쪽 안정기가 고장 나면 이 짓을 또 해야 하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당장 목돈 나가는 게 아까워 그냥 부분 수리만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생각보다 무거웠던 철제프레임 뚜껑을 열고 마주한 내부 상황

사장님이 좁은 공간에서 낑낑대며 철제프레임 고정 나사를 하나씩 풀기 시작하셨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왠지 모르게 긴장이 돼서 손에 땀이 났다. 수십 년 동안 비바람을 맞은 프레임이라 그런지 나사 하나가 뭉개져서 그걸 빼내느라 한참을 씨름하셨다. 겨우 뚜껑이 열렸을 때 안을 들여다보니 먼지와 거미줄, 그리고 정체 모를 벌레 사체들이 가득해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었는지 안쪽 쇠판 곳곳에 녹이 슬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장님이 펜치로 전선을 자르고 절연테이프를 칭칭 감아가며 조명설치 작업을 새로 하시는 동안 나는 밑에서 혹시나 떨어질지 모르는 공구나 부품을 주울 준비를 하며 서 있었다. 대단한 기술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막상 높은 곳에서 중심을 잡으며 전선 가닥을 일일이 맞추는 걸 보니 내가 직접 하겠다고 덤비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8만 원의 지출과 작업이 끝난 뒤에도 남은 찝찝함

작업은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끝났다. 스위치를 켜자 꺼져 있던 글씨에 다시 하얗고 선명한 불빛이 들어왔다. 일단 한숨 돌리긴 했는데 계좌이체로 18만 원을 보내고 나니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소모품 하나 바꾼 것 치고는 꽤 큰 지출이었고, 그렇다고 간판이 새것처럼 바뀐 것도 아니라서 눈에 보이는 만족감은 덜했다. 게다가 사장님이 떠나시기 전에 “반대쪽 안정기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조만간 나갈 수도 있다”는 묘한 말을 남기셔서 기분이 더 찝찝해졌다. 그때 그냥 돈 좀 더 보태서 전체를 싹 다 갈아엎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불 꺼진 대로 몇 달 더 버티다가 한 번에 갈아치우는 게 나았을까 하는 후회가 교차했다. 정답은 없겠지만, 여전히 저녁마다 가게 문을 열고 간판을 켤 때마다 이번에는 또 어디가 나갈지 불빛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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