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나 스마트팩토리 교육에 대한 뉴스를 보면 금방이라도 고연봉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될 것처럼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도 30대 중반, 현장에서 구르면서 ‘이제는 좀 스마트하게 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바심에 전기기사 자격증을 따고 자동화 설비 공부를 시작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현장과 이론 사이에는 생각보다 거대한 벽이 존재했습니다.
많은 분이 전기기능사나 기사 자격증만 있으면 스마트팩토리 현장에서 모셔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가장 당황했던 건, 제가 배웠던 깔끔한 시퀀스 회로도가 현장의 20년 된 낡은 배선과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교육기관에서 배운 것은 신규 설비의 로직이었지만, 실제 현장은 고장 난 PLC를 분석하고 노후화된 릴레이를 수동으로 교체해야 하는 아날로그 작업의 연속이었죠.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이 좌절합니다. ‘최신 AI 기술을 배우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왜 나는 오늘도 먼지 구덩이 속에서 멀티미터를 붙잡고 있는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오는 겁니다.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교육 과정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일지 모릅니다. 현장 수리 비용이 보통 건당 몇십만 원에서 상황에 따라 수백만 원까지 발생하는데, 이런 리스크를 신입 엔지니어가 단독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너무 큽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산업 현장은 ‘이론가’가 아닌 ‘문제 해결사’를 원한다는 점입니다. 카티아를 다루거나 AI 설계를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공장 라인이 멈췄을 때 원인을 찾지 못하면 그 어떤 첨단 지식도 무용지물입니다. 저는 처음에 네트워크 설정과 AI 데이터 분석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선임들에게 인정받은 건 노후화된 케이블 결선을 정확히 찾아내어 공정 중단 시간을 10분이라도 줄였을 때였습니다. 이게 바로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포인트입니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시스템의 안정성이 우선시되는 곳이 현장이니까요.
물론 AI나 스마트팩토리 관련 교육이 쓸모없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격증 취득과 교육 이수가 즉각적인 취업이나 고연봉으로 직결될 것이라 믿는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 공부했던 동기 중 절반은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기대했던 업무의 괴리 때문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현장 노후화라는 거대한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갈등하니까요.
결국 이 분야로 뛰어들고자 한다면, 본인이 기술의 ‘사용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유지보수자’가 될 것인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사무직이나 설계직군을 원한다면 자격증보다는 포트폴리오와 툴 숙련도가 우선일 것이고, 현장을 직접 몸으로 뛰는 엔지니어가 꿈이라면 전기기능사 자격증은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현장에서 마주할 먼지와 기름때, 그리고 기대와는 다른 투박한 실무는 반드시 견뎌야 할 몫입니다. 지금 당장 자격증 책을 펴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 실제 공장 유지보수를 하는 분을 만나서 한 달만 현장 견학을 해보세요. 그게 여러분이 내릴 결정에 가장 확실한 데이터가 될 겁니다. 물론, 이 조언조차도 산업군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2~3년 뒤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