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거실 불이 다 나갔을 때
토요일 오후였나,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거실이랑 주방 쪽 전기가 뚝 끊겼다. 처음에는 그냥 우리 집만 그런가 싶어서 창밖을 내다봤는데, 앞 동은 불이 다 켜져 있더라. 이상하다 싶어서 현관 옆에 있는 분전함을 열어봤다. 누전 차단기 하나가 툭 떨어져 있어서 올렸는데, 다시 바로 내려갔다. 이게 진짜 골치 아픈 게, 다시 올리려고 할 때마다 틱 소리가 나면서 손끝에 그 묘한 저항감이 느껴진다.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확 들었다. 사실 지난주부터 에어컨이랑 제습기를 동시에 돌릴 때마다 거실 콘센트 쪽에서 미세하게 타는 냄새가 났던 것 같기도 한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게 화근이었나 싶어 마음이 덜컥했다.
순천 근처 전기 업체 부르기까지 고민했던 시간
사실 아는 전기 기사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인터넷 검색창에 순천전기공사를 쳐봤다. 후기가 너무 많은 곳은 왠지 광고 같아서 거르고, 좀 투박해 보이는 곳을 골랐는데 전화를 받으시는 분 목소리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 나까지 괜히 눈치가 보였다. 출장비가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는데,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직접 고쳐볼까도 생각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나서 드라이버를 들었다가, 뉴스에서 본 감전 사고 생각이 나서 곧바로 관뒀다. 장성에서 50대 작업자가 사고당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굳이 내가 그 통계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낡은 배선과 콘센트 때문에 생긴 작은 불신
기사님이 오셔서 분전함을 열어보시더니, 바로 노후된 배선 문제라고 하셨다. 이 아파트가 지어진 지 꽤 되긴 했는데, 전선 피복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고 보여주시는 걸 보니 좀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냥 에어컨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오래된 콘센트 내부에서 열화 현상이 일어나서 차단기가 계속 트립되는 거였다. 기사님은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기존 전선을 자르고 다시 연결하고, 테이프 감고, 새 차단기로 갈아 끼우는 게 보기엔 쉬워도 직접 하라면 절대 못 했을 것 같다. 옆에서 물 한 잔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 보이셔서 그냥 묵묵히 옆에 서 있었다.
작업 내내 들었던 묘한 피로감
수리비는 생각보다 더 나왔다. 재료비랑 출장비 합쳐서 15만 원 정도 들었는데, 이걸 비싸다고 해야 할지 싸다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물론 전기가 다시 들어왔을 때는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또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남았다. 기사님은 다 고쳤다고 가셨지만, 왠지 오늘 밤은 에어컨을 풀로 틀기가 겁난다. 예전에 부천에 살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두꺼비집만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 됐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고장 하나에도 진이 다 빠진다.
여전히 찜찜하게 남은 숙제
정비를 다 하고 나서 기사님이 나가신 뒤, 나는 한참 동안 거실에 앉아 있었다. 불은 잘 들어오고 냉장고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벽 뒤에 숨겨진 그 복잡한 전선들이 여전히 신경 쓰인다. 아파트 전체가 낡아가는데 나 혼자 콘센트 하나 고친다고 해결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전등 교체라도 직접 해볼까 싶다가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덜컥 겁부터 날 것 같다. 확실한 건, 이제는 콘센트 근처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그냥 참지 말고 바로 사람을 불러야겠다는 거다. 그게 돈은 좀 들어도 정신 건강에는 훨씬 나은 것 같다. 당분간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 가전제품은 동시에 안 틀기로 마음먹었는데, 이것도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

전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 보니까, 제가 오래된 집에서 살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적이 있더라구요.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전선 상태 보니까 진짜 소름돋았네요. 오래된 전선 때문에 이런 문제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전선들이 그렇게 복잡하게 숨어있을 줄은 몰랐네요. 예전에 집을 구할 때도 배선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생길 뻔했어요.
부천에서 그런 경험 있으시군요. 저도 오래된 전등 때문에 비슷한 불안감을 느껴봤어요.